| 산 감싸고 시내 돌아나가 정자 하나를 끌어안고 있나니
주인은 결코 차가운 서생이 아니로다. 팔백 가지 진수성찬을 종복에게 가져오라 야단치고 미주를 사서 손님들 머물게 하느라 일만 전을 다 기울인다. 나무를 베는 기이한 묘책은 남들이 알지 못하고 버들잎 꿰뚫는 묘기는 손님 가운데 누가 다투랴. 탁청정에는 온갖 풍류 다 있나니 대나무 자리에서는 빙옥 같은 살갗이 뼈 속까지 시려 온다. 건곤 사이에 초가 하나라 우습다는 두릉(두보)의 시구를 나는 평소 경험하네. 호귤을 뿌렸으니 응당 크게 자라겠지, 주머니의 동전(술을 살 돈)이야 다 기울이든 말든. 꿈속에선 번번이 시내 벗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자리에선 간간이 농부들과 자리를 다투네. 어찌하면 맑은 시냇가에 집을 얽어서 그대에게 맑은 경지를 독점하지 못하게 하랴. - 이황(李滉), 『퇴계집(退溪集)』 |
|
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