와룡(臥龍) 구곡 아래에 내가 거처하는데, 주위를 둘러싼 것이 모두 산이고 서남쪽의 여러 봉우리들은 숲이 울창하여 바둑돌이 놓인 듯 한적하다.
때때로 지팡이를 짚고 높은 곳에 올라 난간에 기대어 멀리 바라보는 것을 노년의 계획으로 삼은 지 거의 1년이었다.

근래에 불행한 것은 집안 가득 세상일에 매여 노병이 점점 찾아들어 한가함을 찾는 옛날 뜻이 편안히 거처하는 것보다 어렵게 되었다. 이에 거처하는 곳에 집을 짓고 두 아들로 하여금 지키게 하고, 갑인월(甲寅月)에 서남쪽의 아주 그윽한 곳을 얻어 잡목을 베고 띠풀을 불 지른 뒤 정자를 지었다.

뒤에 산이 있어 약산(藥山)이라 이름하고, 앞에 시내가 있어 약계(藥溪)라 이름 지었으며, 못을 파 물을 받아 약당(藥塘)을 만들었고, 돌을 쌓아 약계(藥階)를 만들었으며, 아름다운 화훼와 특이한 나무를 섞어 심어 약재(藥材)를 만들었고, 이를 합하여 ‘약계정(藥溪亭)’이라 편액을 걸고 내 집으로 삼았다

- 『용천연고(龍川聯稿)』